뜀의 세상보기/12 PERU

페루, 그곳으로 26(마추픽추여, 안녕...)

"뜀" & "세인" 2012. 5. 16. 23:43

 

페루, 그곳으로 26(마추픽추여, 안녕...)

 

2012.01.28~02.07.

 

여섯째날(내가 잠들고 일어난것을 기준으로...)

 

 

(한국시간으로 2월 3일)

 

 

# 마추픽추에서 사진기 맛가다

 

 신성한 광장과 세 창문의 신전에서 비는 내리지만 열심히 카메라 셔트를 누르고 하나라도 더보기 위해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는데 비 잔뜩 맞으면서 찍은 독사진을 끝으로 그렇게 카메라 보호에 열을 올렸건만 드디어 맛탱이가 가버렸다. 그때의 실망감과 좌절감이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추픽추를 보기도 전이 아니라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에서 실신한 카메라여서 다행이라고 여겼을까? 만약에 여행의 초기였다면 완전 끔찍한 일이었을테고 성격상 카메라 수리를 시도해보고 그것또한 안되면 미친척하고 카메라를 한 대 장만했을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얼마나 신성한 곳이기에

 

 

카메라 작동을 멈추게 하였소이까?

 

 

난 정말 이곳이 좋은데,,,(뭐, 가끔은 궁시렁 거리기도 했지만)

 

 

 

어디지?

 

아마도 귀족의 거주지였던것으로 기억나긴 하는데 아니면 어쩔수 없는일이다. 혹시, 나중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그때 확인하기로 하고...

 

 

 

이 사진 찍을때는 몰랐다. 카메라가 맛이 갈것이라는 것을...

 

역시나 세상일은 한치앞도 알수가 없는법이다.

 

 

흠뻑 젖은 사진을 끝으로 카메라의 기능이 멈춰버렸다.

 

어느곳을 가든 내 눈 길이 가고 손가락이 움직이게 만드는 카메라가 고장나는 순간부터 거의 패닉상태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몸땡이는 추위에 떨기 시작했고 이제는 여기가 어디인지(물론 마추픽추란 것은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장소)도 모르겠고,,,

 

이날의 나머지 사진들은 코엉아님의 사진으로 대신한다. 음, 또니가 게논보다 좋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단순히 내 카메라만 구린것인가?

 

하여간 많은 비로 관광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또한 계획했던대로 모든것을 차근차근 보는일은 곤란해졌고 휙휙 지나치면서라도 기본적인 둘러봄을 끝내고 하산을 선택할수밖에 없었다.

 

 

 

 

 

기억상으로는 중앙신전 옆의 제관들의 방으로 기억되긴 하나 가물가물하고,,,

 

 

 

 

 

 

 

 

천문관측소 인띠와따나다. 께추아어로 인띠는 태양을 와따나는 잡아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전망 좋은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그 기능은 충분히 가능했을듯 하다. 중앙의 돌출된 부위가 해시계로 불리우는데 그림자로 계절의 변화를 알고 농사 달력으로 활용을 하고 겨울에는 태양이 북반구로 기울어 태양신이 자신들을 버리고 가버린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의식을 치루기도 했다는 곳인데 여전히 카메라의 충격으로 머리회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지금 생각이지만 아마도 카메라가 계속 작동되었더라면 고요한 마추픽추의 모습을 조금더 느긋하게 볼수 있었으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의 생각일뿐이고 언제다시 오게될지 기약하지 못할 마추픽추와는 그렇게 작별을 하고 버스를 이용해서 다시 내려왔다.

 

응가 시원하게 하고 뒷처리를 안한 기분이 이럴까?

 

 

사실 마추픽추에 올라가기전에 다시 이곳에 내려오면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마을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계획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몇 장의 사진은 코엉아님에게 부탁해서 찍었는데 그 중의 한 장이 아래의 사진이다.

 

잉카레일을 타고 오면서 생각보다 많이 기차가 흔들렸는데 그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철로의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게 나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그 결론을 뒷받침할 행위를 하게 되는데 내 두다리로 양 쪽 철길에 닿을수 있으니 흔들림이 심할수밖에...

 

 

좁디좁은 철로...

 

우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내려오게 되니 또다른 계획을 넣어서 시간을 보내야하는데 그 첫 번째 일이 추운몸을 잠시나마 녹이고자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러서 시간 죽이기에 나섰다.

 

 

오홋,,,대단한 난로다. 이 난로를 이용해서 고기를 구웠던가?

 

 

추워도 일 잔...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또 뭘할까 생각했는데 코엉아님이 온천에 가서 몸을 담그잔다. 따뜻한 온천물을 생각하니 가고 싶어졌지만 온천후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란 생각이 드니 가기 싫어지기도 했지만 도대체 할일이 없으니 어쩌리오...

 

한 걸음 한 걸음 발 길을 옮기는게 다리에 타이어 백 개쯤은 달고 있는 기분으로 온천에 도착하니 젊디젊은 스페인계열 놈씨들이 나름 자기들끼리 수영 빤쮸만 입고 캔 맥주 하나씩 들고 생난리중이시다. 아, 기분상 한 대 때려줘야함인데 그랬다가는 맞아죽을지도 모르겠고...

 

그냥 조용히 빌려간 빤쮸 입고 물 속에 몸을 살짝 밀어넣었더니 미지근한게 온천같지도 않고,,,

 

 

티켓 주세요...

 

 

돈 냈는데 또 올라가야 한다

 

 

콸 콸 물소리는 좋구나

 

 

야외 온천에 도착해서,,,물론 실내온천은 없다

 

 

옷은 새롭게 구입하기엔 내키지 않았고 젖어버린 신발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수건을 대여했던 가게에서 저렴한 슬러퍼 하나를 사서 젖은 신발은 비닐봉지에 들고 다시 기차의 출발지였던 오얀따이땀보역으로 가는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를 타기전 슬러퍼를 신고 비닐 봉지에는 젖은 신발을 들고...

 

 

이른 아침에 닫혀 있던 상점들이 활짝 열려 있었으나 관광객들의 발길은 뜸했다

 

 

잉카레일...

 

이번 페루여행에서 가장 기대치가 컸었고 마음껏 즐기고 오리란 생각을 했었는데 좋지않았던 날씨때문에 그리고 맛가버린 카메라 때문에 모든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날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큼의 대단함(가끔은 아니었지만)을 느끼고 마추픽추를 떠나올수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찾게될 날이 있길 기대해보면서 숙소인 쿠스코까지 역순으로 되돌아왔다. 이 날이 페루여행의 가장 하이라이트였었고 이 날을 기점으로 이번 여행이 왠지 종료되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